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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남만 살아남는 한국의 미래…이마저도 절반은 '노인'

김인옥 기자 | 기사입력 2021/08/28 [23:07]

결국 강남만 살아남는 한국의 미래…이마저도 절반은 '노인'

김인옥 기자 | 입력 : 2021/08/28 [23:07]

감사원이 최근 충격인 인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초장기 인구추계와 실태조사가 담겼다. 저출산대책을 수도권 집중과 연계해서 검토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도 제시했다. 산발적으로 나오던 인구정책과 지역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첫 종합보고서로 평가할 만하다. 일본에 충격을 던진 '마스다 보고서'의 한국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감사원의 보고서를 심층분석했다.

[[MT리포트]감사원의 인구재앙 경고(上)]

 

2117년 인구 1500만 '미니 국가' 대한민국, 강남 빼고 전부 소멸한다

 

①저출산·고령화로 100년 후 한국 인구, 일제강점기보다 적은 1500만명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통계연보에 따르면 1917년 국내 총인구(조선인) 수는 약 1697만명으로 추산된다. 정확히 100년 후인 2017년 대한민국 인구는 5132만명으로 조사됐다. 한 세기 만에 3배 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100년 뒤 인구는 얼마나 더 늘어날까.

인구밀도 최상위권으로 발 디딜 틈 없는 한국의 풍경은 더 이상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5000만명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한국 인구는 점차 감소, 2117년엔 1510만명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서울 '강남'을 제외한 전국 대다수 도시는 소멸단계를 밟는다.

감사원이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보고서가 그린 '미니 국가' 한국의 미래다. 인구는 급감하는데, 이마저도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라 일할 사람도 없다. 인구공백으로 229개 시·군·구 구분도 무의미해진다. 인구구조만 놓고 보면 일제강점기보다 우울하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감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충격이란 평가다. 통계청과 협조해 처음으로 100년 후 인구변화를 전망하며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통계청이 100년 후 인구추계를 내놓은 건 처음이다.

A.D 2117, 서울 강남·부산 강서만 '생존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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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감사원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보고서가장 눈 여겨 볼 점은 우려했던 '지방소멸 현실화'다. 최근 저출산 추세를 반영해 인구변화를 전망한 결과 2017년 기준 5136만명인 한국 총인구는 2067년 3689만명으로 감소하고, 2117년엔 1510만명으로 70.6%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977만명인 서울 인구마저 100년 뒤 27% 수준인 262만명으로 급감하고, 지방은 도시 규모를 가리지 않고 위기에 처하게 된다.

통상 인구 100만을 상회하는 광역시들은 전부 몰락한다. 서울과 경기(441만명)를 제외하면 100년 후 인구 100만을 넘는 시·도는 한 곳도 없다. 342만명인 부산 인구가 2117년 73만명으로 73.2% 감소하고, 대구도 2017년 246만명에서 100년 후 54만명으로 쪼그라든다. 150만명, 153만명인 광주와 대전도 100년 뒤 35만명, 41만명의 중소도시가 된다.

지방도시들은 자연스럽게 소멸 수순을 밟게 된다. 감사원이 '소멸위험지수'를 개발한 고용정보원과 함께 지방 소멸위험을 분석한 결과 현재 229개 시·군·구 중 83개인 소멸위험지역은 2117년 221개로 급증한다. 소멸 위험지수는 미래 인구구성의 토대를 이루는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소멸 고위험단계는 다음 세대를 이끌 청년층이 사라졌단 뜻이다.

100년 뒤 생존신고를 하는 지자체는 서울 강남을 포함해 8곳에 불과하다. 서울 강남·광진·관악·마포구만 서울에서 살아남고, 지방에선 부산 강서·광주 광산구와 대전 등을 뺀 모든 지역이 소멸 고위험군이 된다. 경북 군위와 전남 고흥·구례, 경남 산청 등 157개 지자체는 당장 30년 후부터 인구 위기가 닥친다. 군위의 경우 2047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명일 때 20~39세 여성은 4명에 불과할 전망이다.

2117년 고흥군, 65세 이상 노인이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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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감사원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보고서더 큰 문제는 인구 대다수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 도시의 활력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장래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광역시·도별 고령인구를 전망한 결과 전국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명(13.8%)에서 50년 후인 2067년 1827만명(49.5%)로 증가하고, 2117년에는 79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52.8%)을 넘어선다. 현재 60만명(1.2%)에 불과한 8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100년 후 19.3%p 증가해 309만명이 된다. 전체 인구 5명 중 한 명 꼴이다.

인구피라미드는 항아리형 구조에서 점차 역삼각형 구조로 바뀌는데, 소멸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방 소도시의 변화가 가장 빠를 전망이다. 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전남 고흥군의 경우 현재 39.3%인 고령인구 비율이 100년 뒤 76.7%로 증가한다. 청년인구 부재로 인구피라미드 형태는 뾰족한 팽이형으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우리나라 시·군·구들이 약 30년 후부터 모두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해 인구학적으로 쇠퇴위험단계에 들어간다"며 "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고령·초고령층 중심사회가 돼 공동체 인구기반이 점차 소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구재앙 예고한 감사원의 '한국판 마스다보고서'

 

②인구정책 정조준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는 인구지진(Age quake)의 충격적인 미래상을 보여준다. 2014년 일본에서 지방소멸 문제를 공론화하며 충격을 던진 '마스다 보고서'처럼 인구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특히 100년 후 인구추계 등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내용을 대거 담았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정책 감사보고서는 저출산·고령화대책 성과분석,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의 지역분야, 노후소득보장 분야 등 총 3개다. 이 중 주목도가 가장 높은 건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의 지역분야 감사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일본의 마스다보고서와 비견된다. 마스다보고서는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주도해 발간한 보고서로 현재 인구 감소 추세라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896개 지자체)가 소멸한다는 경고를 담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 지방 소멸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

감사보고서는 감사원이 밝힌 것처럼 "현 수준의 초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이 계속된다면 미래 지방인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라는 큰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통계청의 협조를 구해 100년 후 인구변화를 전망했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100년 후 인구추계가 나온 건 처음이다.

추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136만명이던 총인구는 2117년 1510만명으로 줄어든다. '마스다 보고서'에서 착안한 소멸위험지수에서도 229개 자치단체 중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 2047년 157개, 2067년 216개, 2117년 221개로 집계됐다. 정상적인 지역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전망이다.

 

감사보고서가 두드러진 또 다른 분야는 저출산 실태조사다. 정부 저출산대책의 최고 단위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만 하더라도 그동안 실태조사에 소극적이었다. 실태조사가 부족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해법을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에서 찾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0.1%인 수도권 인구비율은 2067년 53.2%로 늘어난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교육과 일자리로 판단했다. 지난해 지방 소재 고등학생의 수도권 대학 진학률은 14.4%다. 2018년 기준 지방대 졸업생의 수도권 직장 취업률은 39.5%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학과 교수는 "수도권 집중의 원인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인구 쏠림"이라며 "경쟁력 있는 혁신 인력이 교육과 일자리, 정주여건 등에 따라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기업들은 또 다시 인재를 따라서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적인 전망보다 눈길 끈 '실태조사'

감사원은 수도권으로 몰려든 청년들이 출산에 회의적이라는 것도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와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용역, 공무원 설문조사 등으로 증명했다. 서울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서울의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졌다는 것. 서울의 초저출산은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까지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감사원은 기존 인구정책과 지역정책의 허점도 파고 들었다. 대표적인 게 혁신도시다. 지방 혁신도시로 순유입된 수도권 인구는 15%에 불과했다. 반면 수도권에 있던 혁신도시 청사를 재활용하면서 발생한 인구 유발 효과는 공공기관 이전 효과보다 더 컸다. 인구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혁신도시는 실패했다는 결론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대책을 수도권 집중현상에 따른 지역정책과 연관지어서 검토해야 한다는 점에서 감사원이 정확한 지점을 짚었다"며 "범정부 차원의 인구TF(태스크포스)도 인구정책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보고서를 위해 지난해 1월부터 국내 전문가 16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난해 내내 인구정책 담당자 면담 등을 진행했다. 통계청과 고용정보원에 각종 추계와 분석을 의뢰하고 감사결과를 확정했다. 충분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도 감사원의 특성상 자료 제공이 용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원 관계자는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립하고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각 부처들은 현안과제가 많아 장기과제인 저출산과 인구문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정책감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생 40% "수도권 일자리 얻었다"…서울은 '초저출산 공화국'

 

③수도권으로 몰린 청년→수도권 경쟁에 따른 저출산→전체 출산율 저하

지방대 학생 10명 중 4명은 수도권 일자리를 찾아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청년까지 감안하면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교육 환경과 일자리가 지방 청년들의 설 자리를 잃게 한다.

문제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청년들의 경쟁이 가중되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낮다. 저출산 문제가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과 관련돼 있다는 감사 결과도 나왔다.

◇서울에 몰린 일자리…지방의 청년들이 서울로 몰린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방 대학 졸업생(취업자) 중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한 비율은 39.5%다. 수도권과 비교적 가까운 충청남도의 경우 해당 지역 대학 졸업자 중 67.3%가 수도권 직장에 취업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 졸업생의 지방 일자리 취업률은 11.7%에 그쳤다. 전체 대학 졸업생 중 수도권과 지방에 취업한 비율은 각각 59.3%, 40.7%다. 이 통계는 감사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재구성한 것으로, 상세한 취업정보가 확인된 사람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교육부가 관련 자료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양질의 일자리'와 맞물려 있다. 2019년 기준 자산총액 합계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 2278개 중 서울에 위치한 곳은 1179개(51.8%)다. 경기 418개(18.3%), 인천 64개(2.8%)까지 포함할 경우 수도권 소재지는 1661개(72.9%)에 이른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는 감사원 연구용역에서 "경쟁심이 높은 청년일수록 수도권이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기회와 자원이 풍부하다고 판단하고, 높은 경쟁률에 불구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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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밀도 높은 서울,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꺼린다

수도권을 선호하는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에선 회의적이었다. 2018년 기준 수도권의 청년층(15~34세) 1인가구 비율은 35.4%다. 지방의 청년층 1인가구 비율은 13.8%다. 결혼 5년 미만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율도 수도권(43.6%)이 지방(36.2%)보다 높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지난해 출생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4명이다. 전국 평균(0.84%)보다 훨씬 적다. 2019년 합계출산율 대비 2000년 합계출산율의 하락률도 서울 43.9%, 지방 34%로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서울의 합계출산율 하락폭이 컸다는 의미다.

감사원은 서울 등 수도권의 낮은 합계출산율의 배경으로 인구밀도에 따른 경쟁을 제시했다. 인구밀도와 합계출산율은 반비례한다는 게 감사원의 분석결과다. 감사원은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구밀도의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해 세종시 이전의 영향을 받은 공무원 704명의 설문조사 결과도 감사보고서에 담았다. 공무원들의 세종 이전 이후 세종 소재 공무원의 평균 자녀수는 1.89명이다. 하지만 서울에 계속 머문 공무원들의 평균 자녀수는 1.36명이다.

감사원은 "수도권 청년들은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비혼·만혼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인구 불균형 문제에 대해 저출산 관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심도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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