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릴랜드大 의료진 첫 인체수술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시한부 심장질환자에게 이식할 돼지의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의료진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거부반응을 없앰으로써 세계 최초로 이식에 성공했다. 볼티모어=AP연합뉴스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유전자 조작 동물의 장기를 통째로 살아 있는 사람 몸에 이식해 정상 작동까지 확인한 세계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식이 장기이식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 의료진은 지난 7일 시한부 심장질환자 데이비드 베넷(57)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했다. 베넷은 3일째 거부반응 없이 양호한 상태이며 돼지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다. 그는 수술 전날 “죽거나 돼지 심장을 이식받거나 둘 중 하나였다. 나는 살고 싶다.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시도라는 걸 알지만, 수술이 나의 마지막 선택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동물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거부반응이다. 의료진은 인간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유전자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 일부를 돼지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거부반응 유전자 편집…“국내는 돼지 췌도 이식 1상 신청”
동물 신체를 사람에 이식하는 ‘이종 장기이식’의 역사는 오래됐다. 1905년엔 토끼 신장을 어린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고, 1963년엔 침팬지 신장을, 1984년엔 개코원숭이 심장을 사람에게 차례로 이식했다.
최근 30년 동안 학자들이 주목한 동물은 돼지다. 돼지 장기는 사람과 크기가 비슷하고, 식용으로도 키우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거부반응이 문제였다. 장기이식은 사람 간에도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종을 뛰어넘을 땐 더 큰 문제가 된다.
유전자 편집과 복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 부분에도 실마리가 생겼다.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이번 수술을 위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의 당(糖) 성분 유전자 3가지를 제거했다. UNOS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데이비드 클라센 박사는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수술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1984년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아기도 수술 직후에는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약 2주 뒤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끝내 숨졌다. 국내의 경우 그동안 주로 돼지의 심장·각막 등을 영장류(원숭이)에 이식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해 왔다. 2016년 축산원과 건국대병원 윤익진 교수팀은 유전자 형질을 변형한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 통과되며 좀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제넨바이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형질전환 돼지의 췌도를 제1형 당뇨병 환자에 이식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처음 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의료계 동물 장기 이식 ‘기대감’
국내 전문가들은 “한 달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식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김재중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센터 교수는 “사람의 심장이라도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면 거부반응으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며 “유인원은 사람과 유전자가 99% 일치하지만, 돼지의 경우 차이가 커서 3∼4시간 만에 초급성 거부반응이 생긴다. 그동안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초급성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고 3일을 정상 작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말기 심부전 환자의 ‘새로운 선택지’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말기 심장환자의 기대여명은 2∼3년. 심장이식 대기명단에 올라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심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살아 있는 사람의 기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동물 장기 이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심장이식이 필요한 경우에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어 획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조작하는 유전자가 많아 사람 간 이식보다 면역억제제를 과하게 써야 하는데, 이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이 크다. 돼지의 평균수명이 짧은 것도 문제다. 김재중 교수는 “돼지 평균수명이 15년으로 사람 수명에 비해 짧다. 이식 후 10년이면 심장 나이가 사람으로 치면 70∼80세 정도가 되는 것이라 기대 여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뉴스채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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