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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과연 누구 손을 들어줄까- 국민인가 민주당인가

이강순 기자 | 기사입력 2022/10/04 [01:20]

헌법재판소는 과연 누구 손을 들어줄까- 국민인가 민주당인가

이강순 기자 | 입력 : 2022/10/04 [01:20]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 폭거를 저지할 최후의 보루?

석동현(법무법인 동진 대표변호사)

 

법무부와 국회가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격돌했다검수완박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달 27일에 다시 열렸다청구인인 법무부 측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변론에 나섰다한 장관은 이 법이 헌법상 검사의 수사·소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되어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이미 디지털 성범죄스토킹 수사 등에서 예상치 못한 구멍이 드러나고 있다아이러니다민주당의 일부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다급한 생각으로 밀어붙인 검수완박법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아이러니를 낳은 것이다.

▲ 지난달 27일 헌재에서 있었던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에서 청구취지 설명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잘못된 정치적 결정으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흔들면, 되돌리기도 어렵고 결국 그 폐단은 국가적 재앙이 되고 만다. 졸견으로는 세종시를 만들어 정부청사가 광화문·과천·세종·대전 네 군데로 분산되게 만든 것을 그 대표적 사례로 본다. 필자는 검사 시절, 법무부에서 3번 근무한 적이 있다. 세종시가 생기기 전으로, 장관의 국회 출석이나 법안 및 예결산 심사, 조직 확충, 관계기관 회의 참석 등으로 국회, 광화문 청사, 과천 청사의 여러 부처와 기관을 수시로 들락거렸고, 늦은 밤까지 야근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어쩌다 밤에 전화를 걸어도 다른 부처의 관료들 역시 태연히 전화를 받았다. 그 시간까지 다 일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세종시 이전 뒤 보신주의 팽배

그런데 여러 중앙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뒤부터 관료들의 근무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 고위직들은 서울을 오르내리기 바쁘고 중·하급직원들의 칼퇴근에 6시가 지나면 관가의 불은 대부분 꺼진다고 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관료 사회의 열정은 식고 현상 유지, 보신주의만 남았다. 정부청사 분산으로 인한 부작용과 경쟁력 퇴보 사례는 언젠가 연구 분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 그런 연구 분석 대상이 될 사례가 추가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내내 개혁이란 허울좋은 이름으로 형사사법의 한 축인 검찰의 기능을 축소·형해화한 일이 그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법으로 지칭되는 검찰청법을 다급하게 통과시키고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 공포하자, 많은 사람은 마치 그 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비로소 박탈된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 것은 이미 지난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다. 검사들은 6대 범죄 외에 그 나머지 유형과 고소·고발 사건 등을 수사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일반 국민은 검사실에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 다시 말해, 어떤 범죄 피해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경찰이 조사할 뿐 검사에게 호소하거나 검사를 대면할 기회는 소멸된 상태이며, 검수완박법은 상황을 더 가중시킨 것뿐이다.

어른거리는 불 꺼진 검찰청사

그런 검수완박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위헌적 소지가 너무나 많은 이 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법무부는 일찌감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제기하고, 아울러 시행일 전에 결론이 안 날 경우에 대비해 법 시행을 잠정 보류하는 처분을 해 달라는 청구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이 법으로 초래될 사법체계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이면서도 지난 서너 달 동안 위헌 여부 결론은 고사하고 법 시행의 보류 결정조차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검수완박법은 내용 면에서 검찰 수사권을 대폭 제한(박탈)해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한 축이 돼 온 검찰의 역할을 뿌리째 흔드는 법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법 통과 과정에서, 여야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소속 의원 1명을 ‘위장 탈당’시키는 절차상의 불법까지 자행했다. 결과적으로 검수완박법에 따라 검찰의 손발이 묶이면 정치인들은 겁낼 곳이 없어 좋겠지만, 그 피해는 주로 형사사법적 구제가 필요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큰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검사들은 더는 비리의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는 힘든 일에 매달릴 생각을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직무 의지나 역량도 차츰 줄게 된다. 사건 관계인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평면적 진술이 담긴 경찰 조사 서류만으로 판단하다 보면 현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검사들 머리 위에서 지능범들의 교활한 범행과 비웃음은 춤을 출 것이다. 마치 퇴근 시간만 되면 불이 꺼지는 세종시 정부청사와 유사한 전국 각 검찰청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절차적 하자와 입법 목적이 불순한 검수완박

검수완박법은 한마디로 절차적 문제가 많은 법이다.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그 법은 내용을 떠나 국민을 구속할 도덕적 힘이 없다. 또한 검수완박법은 입법 목적이 불순하다. 특정 정당의 부분적이고 특수한 이익에 더 가까운 법이다. 검수완박법의 타당성과 합헌성 여부는 어차피 헌법재판관들의 직권적 판단 사안이다. 정치적 성향이나 코드와 관계없이 형사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정말 신속히, 또 정확히 결론을 내려 주기를 기대한다.

“국회가 선을 넘었습니다. 헌재가 잘못된 입법을 허락할 경우, 비정상적 입법이 다수당의 ‘만능 치트키(cheat key, 게임을 이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쓰일 것입니다.”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을 꼼꼼히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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