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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에게 심판받은 ‘개혁보수 호소인’ 이준석의 ‘사면초가’

이강순 기자 | 기사입력 2023/03/21 [06:14]

당원에게 심판받은 ‘개혁보수 호소인’ 이준석의 ‘사면초가’

이강순 기자 | 입력 : 2023/03/21 [06:14]

 


갖은 논란 속에 진행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끝났다. 그 결과, 신임 당대표에는 ‘친윤(親尹)’을 표방한 김기현 의원이 선출됐다. 김 의원은 득표율 52.93%(24만4163표)로 과반 득표를 달성해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김 의원과 당권 경쟁을 한 안철수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당협위원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득표율은 각각 23.37%(10만7803표), 14.98%(6만9122표), 8.72%(4만225표)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김재원 전 의원(17.55%),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16.1%), 조수진 의원(13.18%), 태영호 의원(13.11%)이 당선됐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득표율 55.16%를 기록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선출됐다. 당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도 소위 ‘친윤계’ 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협조·지원’을 강조한 이들이 차지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 투표 100%’로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 당원들은 집권 1년도 채 되지 않은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생각을 ‘투표’로 보여줬다. ‘윤심(尹心)’을 내세운 김기현 대표가 과반 득표를 한 점, ‘친윤’ 장예찬 최고위원이 득표율 55.16%를 기록하며 경쟁자들을 압도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씨와 그가 지원한 소위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멸’했다. 앞서 밝혔듯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 위원장의 득표율은 14.98%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의 경우에는 각각 9.9%, 10.87%다.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했던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은 18.71%다. 이를 고려할 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 이준석 등 ‘개혁보수’ 자처 세력에 대한 심판으로 요약할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특유의 어퍼컷 자세를 취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은 ‘윤심’을 택했다.

  이준석씨는 3월 12일, KBS에 출연해 처음으로 전당대회 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씨는 ‘천아용인’이 전멸한 것과 관련해서 “후보들이 조금 더 인지도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득표율) 수치가 좀 더 높았을 것” “개혁 성향 당원들이 천 후보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치른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씨 측의 도식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운 ‘윤핵관’과 ‘이준석’을 앞세운 ‘천아용인’의 대리전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결국 ‘천아용인’이 전멸한 원인은 그들의 낮은 인지도가 아닌 그들을 배후에서 ‘지원’ 또는 ‘조종’한 이씨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 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천아용인’이 내놓은 메시지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천하람 위원장을 예로 들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기간을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2월 3일부터 전당대회 전날인 3월 7일까지 설정해 ‘천하람’으로 뉴스를 검색할 경우 관련 기사 수는 4000건 이상이다. 해당 기사들을 ‘최신순’으로 정렬해 역순으로 살핀 결과 가장 오래전 기사가 2월 22일이다. 후보 등록 마감일로부터 19일이 지난 시점이다. 해당 기간 ‘천하람’ 관련 기사는 1일 평균 286건에 달한다. 이 추세를 기사가 검색되지 않은 기간에 반영한다면,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로부터 전당대회 전날까지 생산된 ‘천하람’ 관련 기사는 총 9438건에 달한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단체율동, ‘천찍자지’가 개혁보수 메시지?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환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 성향 당원들이 그들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상기했듯이 ‘당원 투표 100%’로 진행됐다. 당원은 “정당에 가입해 구성원이 된 사람”을 말한다. 정당에 가입하는 건 단순한 ‘정치적 관심’을 넘어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히는 행동이다. 그런 당원들이 하루에 언론 보도가 286건에 달하는데도 ‘천아용인’ 또는 그 뒤에 있던 이씨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논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 측근 그룹이 주도하는 국민의힘에 불만을 가진 소위 ‘개혁 성향’ 당원들의 경우에는 이씨가 ‘상명하달식 조직 투표’를 했다고 폄훼하는 당원들보다 ‘관심도’ ‘참여도’ ‘지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씨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전당대회 결과는 ‘천아용인’의 ‘전멸’이다.
 
  결국 그 ‘천아용인’이 내놓은 메시지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 단체로 율동을 하는 시대착오적인 선거운동 방식, ‘천찍자지(천하람 찍어야 자유로운 정치 발언 지킵니다란 뜻의 이준석 표 줄임말)’란 볼썽사나운 구호, 특정인이 배후에서 각본·연출한 대로 움직이는 듯한 ‘천아용인’의 언행이 ‘당심(黨心)’의 호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천아용인’이 전멸하고, 이씨가 ‘위기’에 몰렸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또한 불과 1년 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당원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반윤(反尹)’을 표방하고, 국민의힘 문제의 원인으로 이른바 ‘윤핵관’을 운운하면서도 그와 관련한 근거 또는 유효한 자신들의 대안적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이씨와 ‘천아용인’의 그 ‘정치적 미숙함’이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절대적 지지 있다 착각하고 당 쥐고 흔들어”

 

2022년 1월 6일 오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씨의 두 번째 가출에 분개하며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윤석열 당시 후보가 이를 무마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지금까지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당대표”란 식으로 자화자찬하며 ‘전략가’ ‘책략가’인양 행세한 이준석씨의 ‘실력’이 백일하에 드러난 계기가 됐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해서 3월 9일, “이준석 현상을 기대하고 30대, 0선을 당대표로 뽑아줬는데, 그게 마치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라고 착각을 하고 당을 쥐고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조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새누리당,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 간판을 달고 4년 동안 서울시 노원구 병 지역에 세 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해 ‘0선 중진’ ‘마이너스 삼선 중진(소위 마삼중)’으로 불리는 이씨는 자신의 전적과 어울리지 않게 ‘정치 고수’와 같은 언행을 지속적으로 했다. 이씨의 이 같은 행세는 2021년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그는 2021년 5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만약 우리 당에 들어와 함께한다면 제가 윤 총장 쪽에 비단주머니 3개를 드리겠다. 급할 때마다 하나씩 열면 된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과 장모에 대해 공격하면 충분히 받아치고, 역효과까지 상대 쪽에 넘길 해법이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이씨의 정치 경력을 아는 마당에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제갈량처럼 ‘비단주머니’를 언급했다.
 
  그런 ‘자신감’ 또는 ‘착각’은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2021년 11월 29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했던 이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란 문구를 적고서는 이른바 ‘1차 가출’을 했다. ‘1차 가출’ 당시 이준석씨는 이른바 ‘윤핵관’이 당대표인 자신을 배제하고, 의견 전달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한창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할 시기의 ‘당대표 가출 사건’은 큰 악재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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